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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間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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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갤러리강호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6-07-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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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간극

작가 : 모지웅, 김명점, 김일환, 서준영, 최치권

기간 : 2026.7.22.~ 7. 28.


전시 서문

 

돌담을 쌓는 사람은 돌과 돌 사이를 남긴다. 틈 없이 쌓은 담은 바람을 맞받다가 통째로 넘어가고, 틈을 둔 담은 바람을 제 몸속으로 흘려보내며 선다. 담을 세우는 것은 돌이 아니라 돌 사이의 빈 공간이다. 섬의 늙은 담들이 그렇게 수백 년을 버틴다.

간극(間隙). 벌어진 사이. 말은 오래됐고, 말이 가리키는 바는 더 오래됐다. 사람들은 그 자리를 견디지 못한다. 좁힌다, 메운다, 잇는다는 말들이 간극이라는 말 곁에 늘 따라붙는다. 벌어진 것은 잘못 벌어진 것이고, 벌어진 채로 두는 일은 게으름이거나 실패라고 사람들은 여긴다. 그러나 세상의 단단한 것들은 대개 벌어진 채로 서 있다.

기차가 달릴 때 바퀴 밑에서 덜컹거리던 소리는 쇠와 쇠 사이의 빈 데가 내는 소리였다. 틈이 없었다면 나지 않았을 소리다. 철로를 놓는 사람들은 쇠토막의 끝과 끝을 맞대지 않고 이음매마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자리를 비워두었다. 여름에 쇠는 늘어났고, 늘어난 쇠는 그 빈 자리로 제 몸을 밀어넣었다. 빈 자리가 없으면 쇠는 갈 곳이 없어 스스로 휘었고, 휜 철로 위로는 기차가 가지 못했다. 기차를 달리게 한 것은 이어진 쇠가 아니라 쇠와 쇠 사이의 끊어진 공간이었다. 사람의 몸도 같다. 뼈와 뼈는 맞닿지 않는다. 맞닿은 뼈는 갈려서 못 쓰게 되고, 사이를 지킨 뼈만이 굽히고 편다. 몸은 이어져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어져 있어서 움직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은 한 사람의 위치에서만 산다. 그 곳에서 보이는 것만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끝내 보지 못한다. 남의 자리로 건너가는 길은 없다. 건너갈 수 없다는 것이 사람의 조건이고, 다름은 그 조건에서 나온다. 다름은 지워서 될 일이 아니라 세워서 볼 일이다. 저마다 다르게 본 것들이 나란히 놓일 때, 세계가 한 사람의 눈보다 넓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시는 그 사실을 세워서 보이는 것이다.

여기 다섯 개의 시선이 있다. 다섯은 하나로 합쳐지지 않았다. 합치려 하지도 않았다. 다섯을 묶은 것은 다만 사진이라는 한 가닥이었다. 실은 가늘었고, 가는 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굵은 밧줄은 묶인 것들을 조여서 하나로 뭉개지만, 가는 실은 묶인 것들의 사이를 남겨둔다. 다섯은 그 사이를 남겨둔 채로 하나의 벽에 나란히 무엇인가를 걸려 한다.

사진은 거리의 산물이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다. 너무 다가서면 형상은 뭉개지고, 너무 물러서면 형상은 흩어진다. 사진가는 평생 그 사이의 어느 지점을 잰다. 잰다는 것은 좁힌다는 것이 아니다. 대상과 나 사이의 벌어짐을 인정하고, 그 벌어짐의 어디에 설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세상과 딱 붙어서는 아무것도 찍지 못한다. 사진은 세계와 벌어져 있는 자에게만 온다.

 

벽 위에서 사진과 사진은 서로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 것들 사이를 시선은 오간다. 눈이 오가는 그 거리에서, 한 장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난다. 보아야 할 것은 사진이 아니라 사진 사이일지도 모른다. 그 사이는 이 전시가 지워야 할 여백이 아니라 이 전시의 본질이다.

 

간극은 벌어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메우지 않는다. 돌담이 틈으로 바람을 견디듯, 철로가 빈 자리로 여름을 견디듯, 이 전시는 그렇게 선다. 관객과 사진 사이의 간극도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메워지지 않는 것이 옳다. 벌어진 것들은, 벌어진 채로, 함께 서 있다

- 사진가 모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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