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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장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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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갤러리강호 댓글 0건 조회 39회 작성일 25-09-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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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전시 작가 : 황희철

ㅇ 전시 기간 : 2025. 9. 24.(수) ~ 9. 30.(화)

ㅇ 전시 장소 : 갤러리 강호



Hwang Hee Chul

Solo Exhibition

도시의 아장스망

The Agencement of the City

 

도시는 통제와 억압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인간의 동선과 행동, 시선까지도 규정하는 물리적 통제 장치로 작동한다. 건축물들은 하늘을 점령하고 거리를 지배하며 개인의 공간을 축소하는 동시에 심리적 긴장과 불안을 형성한다. 기성복처럼 대량 생산되어 가는 자본주의 산물인 건축물로 둘러싸인 거리를 거닐 때 하늘을 한눈에 시각화할 수 없는 고층 건축물 규모의 거대함에 인간의 소외감을 느낀다. 도시는 점점 높은 층으로 변화하고 이러한 도시의 규모는 지상에서 응시(the gaze)하는 개인의 인식마저 규율한다. 즉 도시의 성장과 팽창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인식마저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시공간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끊임없이 작동한다. 인식 주체가 세계를 기준 삼아 사물을 바라보는 순간, 단순한 사물은 대상(Object)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내가 그 자리를 지나치면, 그것은 다시 대상이 아니라 그저 사물 그 자체인 것이다. 인식 주체자가 도시의 특정 대상(Object)을 감각하는 순간, 외부의 사물은 의식 속에서 표상(Representation)으로 자리 잡고, 이 표상(Representation)은 현상(phenomenon)으로 전환된다. 다시 말해, 대상(Object)은 내 머릿속에서 표상된 것이며, 아직 완전히 사유되지 않은 상태로 머무른다. 인식 주체자가 대상(Object)을 응시(the gaze)하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 나의 관심은 그 표상을 현상으로 드러내며, 현상은 곧 감각적 도상의 형태로 나타난다.

본 작품은 사물 그 자체에서 시작하여 대상, 직관, 현상, 개념, 생각, 원리, 그리고 사유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직관을 통해 세계를 수용하고 그 안에 이미 내재한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사유가 시작된다. 이러한 사유는 단편적으로 흩어진 표상들을 하나의 질서로 엮어내며 더 나아가 원리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 원리는 단순히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때로는 내면의 사유가 외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구성하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한다.

도시는 흔히 질서의 결정체로 숫자로 통제된다. 우편번호, 도로명, 용적률, 층수, 면적 등. 거리는 직선으로 정비되고, 건축물은 용도에 따라 배치되며, 주거, 상업,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기능적으로 분절된다. 도시가 작동하는 실제의 층위는 결코 그러한 표면적 질서에 수렴되지 않는다. 도시는 언제나 조립, 해체, 재구성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러한 흐름은 고정된 단일 구조가 아니라 아장스망(agencement)의 층위에서 파악될 수 있다. 아장스망(agencement)은 단순한 배치가 아니다. 어떤 목적이나 중심 없이 이질적인 요소들이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비 위계적 구성체를 의미한다. 하나의 건축물은 그 기능이나 외형에 의해 정의되지 않으며 그것이 접속된 다른 구조물, 환경, 정동(affect), 시선, 사용 방식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가 된다. 도시란 미리 주어진 총체가 아니라 수많은 관계적 흐름들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작동하는 아장스망(agencement)으로 작동한다. 확고한 기원도 없고 완결된 중심도 없다. 다만 수많은 층위와 힘의 결절점들, 흐름과 차단, 생성과 중지가 얽히는 역동적인 장이 존재할 뿐이다.

본 전시 작품은 도시의 관계적 구성성을 시각적으로 사유하였다. 특히 인간의 일상적 시선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건축물의 상부 단면에 주목함으로써 도시의 구조적 무의식에 감춰진 질서와 통제의 흔적을 사유한다. 건축물의 상부의 평면적 구조들은 우연히 알파벳, 숫자, 한글의 자음, 기본 모음으로 읽힌다. 이때 건축물은 기호로 전환되며, 기호는 다시 의미가 아닌 관계의 구조로 열려 있다. , 각 단면은 하나의 고정되지 않는 아장스망(agencement)이다.

리좀(Rhizome)은 접속의 원리에서 모든 점이 열려 있는 개방형이고, 다양한 접속에 의해 어느 한 점으로 귀결하지 않는 어떤 지점에서든지 다른 지점과 연결 접속할 수 있다. 도시의 상부 단면들은 일직선적 배열이 아닌 비선형적 흐름 속에서 상호 접속되고 변이된다.‘O’처럼 보이는 건축물 상단 면은 어느 순간 ‘X’의 형태로 이어지고, 곡선 형태는 ‘5’라는 숫자와 연결되거나, 모음 의 꺾임으로 분기된다. 이 접속은 유사성에 기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질적 사물 간의 충돌과 단절, 우연한 교차점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이때의 구성은 리좀(Rhizome)적이다. 중심 없이 선형적 질서 없이 오직 차이와 연결의 운동성으로만 이루어진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존재론에서 반복은 결코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다. 반복은 차이의 발생 조건이며, 생성의 조건이다. 도시의 단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더라도 매번 다르게 연결되고 다른 문맥 속에서 배치된다. 따라서 작품들은 단지 형상의 유사성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형상 간 접속의 차이와 잠재성을 사유하는 장이 된다.

본 전시 작품에서는 도시를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가 되기(becoming) 이전의 상태, 의미화되기 전의 구조를 기호 이전의 운동으로 나타낸다. 도시를 바라본다는 것은 도시를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아장스망(Agencement)과 함께 구성되는 것이다. 본 전시 작품은 그 자체로 아장스망(Agencement)의 단위이며, 배치는 리좀(Rhizome)적 흐름의 형식이고, 기호는 반복 속에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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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Agencement of the City ,Hwang HeeChul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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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Agencement of the City ,Hwang HeeChul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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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e Agencement of the City ,Hwang HeeChul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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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e Agencement of the City ,Hwang HeeChul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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