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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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갤러리강호 댓글 0건 조회 1,016회 작성일 21-01-02 19:29본문
전시기간 : 2021.1.11. - 1.17.
전시주제 : As if
작품명 : 무제 시리즈
작품개념 : 개인마다 사람다움에 대한 기준은 다르고 그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며 사람답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것이 사람인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나였기에 내가 직접 다양한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조각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의 틀은 깨지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그렇지 않기도 하고 묘사가 된 듯 하면서도 표현되지 않은 기묘한 형태를 만들게 됐다.
<As if>
박 지원
어느 날 재료비를 벌기 위해 조형물알바를 시작했다. 매일 조형물 공장에선 어마어마하게 많은 스티로폼으로 조형물 원형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원형을 만들면서 발생되는 스티로폼 쓰레기들의 양도 상당했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며 작업을 하면서 발생되는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로 인한 자연파괴가 난무하는 현세에 나는 조각가로서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자연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버려지는 스티로폼들을 처음 사용하면서 재료적인 연구를 많이 거듭했다. 가볍고 무른 재질의 스티로폼의 표면을 흡사 석고상처럼 보이게도 하고 깨진 바위의 표면 같이 보이게도 했다. 버려지는 값싼 재료로도 충분히 고급재료 못지않은 질감을 내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었다.
2020년 무더운 여름, 아무도 없는 작업실 앞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 생각했다. ‘얼마나 더 정교하게 더 세밀하게 묘사해야 진짜 사람처럼 보일까?’ 나는 바로 작업실안으로 들어가 스티로폼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세워져있는 자신의 대리석을 보며“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보았고 천사가 자유롭게 풀려날 때까지 조각을 하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켈란젤로의 말대로 나 역시 스티로폼 덩어리 속에 갇혀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풀려날 때까지 계속해서 조각을 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 묘사에 싫증이 났고 묘사가 아닌 반대로 표현을 덜어내는 조각을 하게 됐다. 나는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손으로 부수거나 톱으로 썰어 덩어리들을 만들고 이를 하나하나 연결해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연결하고 이어붙인 덩어리들은 의도하기도 의도하지 않기도 하는 형태가 되었다. 구상적인 형태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추상적인 형태가 되었다. 어렸을 때 갖고 놀던 블록처럼 나에게 주어진 덩어리들로 자유롭게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주어진 덩어리와 형태의 표면들은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 거칠기도 하는 촉각적인 표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크기, 형태, 질감을 보여준다. 단순하면서도 동세와 운동력이 느껴지는 형태이면서 스티로폼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할 무거운 무게감도 느낄 수 있다. 수없이 스티로폼을 조각해 나가면서 스티로폼을 조각하는 손짓이 점점 줄어들었고 면과 덩어리도 단순해져 갔다. 조각한 사람이 스무 명이 넘어갔을 때쯤 나의 조각은 묘사를 위한 조각이 아닌 덩어리를 위한 조각이 되고 있었다. 즉 표현하지 않음을 표현한 셈인 것이다.
작품의 형태는 사람이다.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목구비도 없고 제대로 사람의 구색이 갖춰져 있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얼핏 봐서 사람처럼 보이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대할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사람다움에 대한 기준은 다르고 그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며 사람답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것이 사람인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간혹 사람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사람에 대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간주하곤 했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나였기에 내가 직접 다양한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조각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의 틀은 깨지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그렇지 않기도 하고 묘사가 된 듯하면서도 표현되지 않은 기묘한 형태를 만들게 됐다.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도 나의 생각처럼 다양성을 존중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길 바랄 뿐이다.
전시<As if>는 마치 그런 듯 아닌듯한 것을 의미한다. 마치 스티로폼인 듯 아닌 듯, 사람인 듯 아닌듯한 작품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꼭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스티로폼이 아니듯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형태가 아니듯이,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닌 것처럼. 정답이 아닐 뿐 틀린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그림을 그리기 전 흰 바탕의 캔버스와 같다. 마치 다음 작업을 위한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봐도 좋다. 다음 작업이 어떤 작업이 될지는 신만 알고 있다. 나는 그분이 주시는 영감으로 작업을 한다. 신념은 그 자신에게 이르는 최고이자 가장 안전한 길이다. 정보화시대인 지금 세상의 대부분은 헛된 환영들로 가득 차있고 헛된 환영 속에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나 역시 믿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신이 나에게 부여한 일이라는 것을 믿는다. 나는 그분을 위해 사랑으로 이 일들을 이룰 것이다. 나는 신에게 나의 모든 희망을 놓는다. 나는 가능한 오랫동안 신이 나에게 준 예술을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노동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지금 이 전시는 이런 나의 시작을 알리는 첫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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