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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전] 윤서연 "작은 움직임의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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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갤러리강호 댓글 0건 조회 367회 작성일 24-01-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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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4. 2. 6.~ 2. 12.

전시제목 : "작은 움직임의 서곡"

<작가 노트>

나는 현실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을 물질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여기서 생명력은 움직임과 그로 인해 남겨진 흔적이다. 어쩌면 움직임이 너무 작아 멈춰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생명체는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미약한 움직임에도 흔적이 남게 된다. 나는 이 당연하지만, 숭고한 생명력을 이미지화하고자 탐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이 마치 춤추듯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식물의 느린 생장에도 흙의 들쳐짐이나 껍질과 같은 흔적이 남겨진다. 식물이 펼치는 춤(움직임)과 그로 인한 흔적은 미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나는 이 감동을 평면 위에 물질성으로 보여준다.

 

 

작은 생명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작은 움직임들은 사회라는 큰 단위를 이루고 있지만, 그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은 더 큰 단위를 유지하기 위한 쓸모로만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 나의 작업은 작은 단위의 가치는, 나아가 사람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라는 의문을 담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사람이기에 존재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혼자 있을 때 그 가치는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사회 안에 있고, 개인은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서 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쓸모를 다한 사람은 어떻게 가치를 증명할까? 쓸모가 있으면 사람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작은 생명력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흔적을 표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내 작품 속에서 보이는 점들은 큰 단위를 이루는 작은 생명체이다. 이는 우주의 먼지가, 바닷속 미생물이, 사회 속 사람이, 개미집 속 개미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작품 속에서 평면인 점과 입체인 점이 다양한 크기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은 점들의 반복으로 보여준다. 또한, 입체인 점으로 인해 거리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기에 관객은 작은 움직임에도 주목할 수 있다. 관객은 연기와 춤이 합쳐진 이미지와 움직이는 착시로 인해 끈질긴 몸부림을 보게 된다. 아래 깔린 색감 레이어는 움직임의 잔상 같은 흔적처럼 보여 지금뿐 아니라 과거에도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점으로 표현된 움직임은 과거 화가들이 탐구했던 점묘주의와 미래주의와 닮아있다. 이들과 나의 공통점은 점묘주의처럼 선 대신 점 집합과 매우 짧은 터치로 표현했다는 점과 미래주의처럼 대상이 움직임을 그려내고자 한 점이다. 난 그들이 탐구한 것이 지금 사회를 담을 수 있기 위해 기법을 발전시켰다. 나는 점묘주의에서 느낄 수 있는 화사한 색감을 과감히 버렸다. 그 대신 다양한 크기의 입체인 점과 평면인 점을 배치하여 관객이 점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미래주의가 추구했던 새로움과 속도 대신 작은 움직임과 흔적을 주목해 기계의 미보다 숭고한 생명력으로 주목하였다.

 

 

사회 속 작은 존재인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인지, 자신 그 자체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남들과의 비교가 일상이 된 사회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형성하기는 힘들다. 자신에 대한 소개를 쓰지만, 이것은 스스로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가 자신을 선택해달라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쓸모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진정한 자아는 연기처럼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 대단해 보이던 사회도 우리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구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나아간다면, 사회는 바뀔 것이다. 우리의 움직임이 작고 눈에 띄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멈출지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원인과 조건이 되며 다음 움직임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허무하게 멈추더라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끈질기고,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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