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재 사진전 바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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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갤러리강호 댓글 0건 조회 1,001회 작성일 21-07-12 10:25본문
이갑재 : 바위의 꿈
전시기간 : 2021.8.10~2021.8.20
바위의 꿈
이갑재
바위는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거북이가 환생을 한 듯 거북바위, 금방이라도 물을 뿜어낼 것 같은 위풍당당한 코끼리바위, 옹기종기 조약돌 바위, 사랑을 하다가 굳어버린 것처럼 애처로운 사랑바위, 치마처럼 펼쳐진 치마바위, 언제 적부터 잠들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곁에만 있어도 잠이 올 것 같은 잠자는 바위, 어느 바위하나 그 신비함을 품지 않은 바위가 없었다. 혹한의 겨울호수가 태초의 신비 속에 잠들어 있는 것처럼 모습을 하나 둘 드러내며 그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 한다. 얼음으로 감싼 바위들이 모습은 어떠한 방향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런 꿈결 같은 아련함을 보았는가. 내게 단순한 겨울이 아닌 겨울은 신비를 품은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새벽의 겨울 호수에 가면 물은 점점 바위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바위와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어린 코끼리바위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자 살포시 눈을 들어 올릴 것 같은 어린 코끼리가 햇살이 비치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나는 다시 다른 바위들에게도 눈을 돌려 보았다. 그러자 호수에 잠들어 있던 모든 바위들이 숨 쉬는 것처럼, 아니 깨어나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위 주변으로 몰려드는 물고기의 알을 넉넉히 품어주는 바위들을 생각하며 나는 마음으로 담아내기로 한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바위들은 오랫동안 마법에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내 심장은 본능적으로 바위에 반응하며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내 심장이 바위에 부딪쳐 돌아올 때마다 바위의 꿈들은 내 마음 속을 찰나로 지나갔다.
나는 다시 대청호의 몽환적인 시간들을 몇 건져내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리운 것들도 따스한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난 내가 아닌 내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서 있는 나를 본다. 일 년에 두 번, 한여름 모내기철과 겨울가뭄이 만들어내는 대청호의 속내를 훔쳐보는 시간들, 그 물속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나는 그립고 또한 그 모습을 담아낼 때 나는 또 내가 그립다.
그리운 것들이 꿈을 꾸는 시간들은 어쩌면 내겐 놀이터이다. 바람이 수면을 삼키고 올라가는 언덕을 지나 새벽별들은 푸른빛을 사방의 호수에 뿌려댈 것이다. 깊은 침묵의 시간들이 순례자처럼 떠도는 대청호에서 나는 원죄를 깨우 듯 오늘도 낮은 숨소리로 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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